2020년, Y Combinator CEO인 Garry Tan은 뛰어난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더 좋거나 더 빠르거나 더 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Snapchat이 최초의 메시징 앱이 아니었고, Facebook이 최초의 소셜 네트워크가 아니었듯이, 당신도 첫 번째일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달라야 합니다."
이 원칙은 지금도 유효하다고 생각합니다. Google은 AltaVista보다 나았고, Uber는 택시보다 빨랐으며, Amazon은 기존 소매점보다 저렴했죠. 하지만 시장 경쟁이 심화되고 사용자들이 똑똑해지면서, 단순히 빠르고 저렴한 것만으로는 차별화하기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더 좋은 제품'에 대한 답이 있을까요? Garry Tan은 더 좋은 제품을 만들려면 특출한 기술 경험을 갖고 있거나 타겟 그룹을 잘 설정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이 영상 참고)
하지만 이 정의는 꽤 주관적이고 상대적이며, 현실에서는 뛰어난 기술력이나 정교한 타겟팅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사례들이 점점 더 많이 보이고 있습니다. 더 좋은 제품이란 무엇일까요?
우리는 더 좋은 제품을 위해서는 "더 가볍게(Lighter)"라는 새로운 조건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가벼움은 단순히 심플한 UI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인지적 부담을 줄이고 복잡성을 제거해서, 결국 더 자연스러운 사용자 경험을 만들어야 합니다.
Lighter는 Better의 세분화된 조건이라 볼 수 있습니다. 최근 압도적인 기술력이 없어도, 매우 정교하게 타겟하지 않았음에도 성장하는 제품들을 자주 봅니다. 더 빠르지도, 더 싸지도 않지만 자신들만의 가치를 보여주는 제품들 말이죠. 예를 들어, Linear는 Jira보다 기능이 적지만 깔끔하고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로 개발팀들의 사랑을 받고 있고, Notion은 복잡한 기업용 툴들과 달리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단순함으로 급성장했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기존 제품보다 더 가벼운 경험을 제공한다는 것입니다.
이미 치열한 경쟁 시장에서는 가벼운 UX/UI는 단순한 차별화 포인트가 아니라 핵심 경쟁력이 됩니다. 특히 사용자들이 선택 피로감을 느끼는 포화된 시장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복잡한 제품은 사용자가 이해하고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이는 높은 이탈률과 낮은 전환율로 이어져 마케팅 비용을 증가시키죠. 반면 가벼운 UX/UI는 사용자가 제품의 가치를 빠르게 인식하고 사용을 시작할 수 있게 해서 자연스럽게 획득 비용을 절감합니다.
사용하기 쉬운 제품은 다른 사람에게 추천하기도 쉽습니다. 복잡한 제품은 추천하는 사람도 설명하기 어렵고, 추천받는 사람도 시도하기 망설여지죠. 가벼운 UX/UI는 "한 번 써보면 알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어 자연스러운 입소문을 만들어냅니다.
더 가벼운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사용자가 제품을 사용하는 순간부터 목적을 달성하는 순간까지의 모든 과정을 간소화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세 가지 원칙을 실천해오고 있습니다.
기능을 추가하는 것은 쉽지만, 빼는 것은 어렵습니다. 개발 과정에서 "혹시 필요할지도"라는 생각으로 추가된 기능들이 쌓이면서 제품이 무거워지죠. 때로는 사용자가 원하는 기능들을 빠르게 추가하다 보면 제품이 원래 의도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합니다.
우리는 1년 6개월간 프라이빗하게 제품을 운영하면서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기보다 사용하지 않는 기능들을 줄여나갔습니다. 런칭 초기 차별화 포인트로 기획했던 여러 툴 연동과 Wiki 기능을 사용자 인터뷰와 데이터 분석을 통해 낮은 사용률을 확인한 후 과감히 제거하고, 현재 투두리스트와 캘린더 기능에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사용자가 제품을 사용하면서 느끼는 정신적 피로감을 최소화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색상, 폰트, 간격, 계층 구조 등 모든 시각적 요소를 일관성 있게 통일하고, 한 번에 처리해야 하는 정보의 양을 제한했어요.
반드시 보일 필요가 없는 요소들은 숨김 처리하고 필요할 때만 나타나도록 설계했습니다. Arch Calendar를 사용해서 업무가 정리되고 편안한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인지적 부담을 줄 수 있는 요소들을 최소화하려고 합니다.
사용자가 별도의 학습 없이도 자연스럽게 제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UX를 구성합니다.
캘린더는 소프트웨어 중에서 가장 오랫동안 사용해온 대시보드 중 하나입니다. 러닝 커브가 적고, 업무하는 날이면 하루에 한 번 이상은 꼭 방문하는 대시보드이자, 언어의 장벽도 없는 가장 보편적인 대시보드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러닝 커브를 최소화하기 위해 캘린더를 기반으로 업무와 노트를 관리할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누구나 한 번쯤 사용해본 적 있고 매일 방문하는 캘린더에서 업무와 노트를 함께 관리하는 것이 가장 직관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Better, Faster, Cheaper, and Lighter" 의 가치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제품 개발에서는 Lighter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믿습니다. AI 기술 발전으로 복잡한 설정이나 사용자 입력 없이도 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는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더욱 간소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시장을 분석할 때는 기존 제품들의 복잡성을 면밀히 살펴봅니다. 어떤 부분이 사용자들에게 불편을 주는지, 어떤 기능들이 실제로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지 파악하기 위해 기존 제품들의 사용자 리뷰나 피드백을 꼼꼼히 분석합니다.
제품을 개발할 때는 MVP 원칙을 더욱 엄격하게 적용합니다. 단순히 최소한의 기능만 구현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를 가장 간단한 방식으로 전달하는 것에 집중합니다.
사용자 테스트에서는 기능의 완성도뿐만 아니라 사용의 편의성과 직관성을 중점적으로 검증합니다. 사용자가 제품을 처음 접했을 때의 반응, 핵심 기능을 찾는 데 걸리는 시간, 사용 과정에서 느끼는 어려움 등을 자세히 관찰합니다.
"Better, Faster, Cheaper, and Lighter"는 단순히 기존 공식에 하나의 조건을 추가한 것이 아닙니다. 현대 소비자들의 변화된 니즈와 기대를 반영한 새로운 제품 개발 철학입니다.
정보 과부하 시대를 살고 있는 사용자들은 더 이상 복잡한 제품을 원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신의 삶을 더 간단하고 효율적으로 만들어주는 제품을 찾고 있습니다.
앞으로 제품 개발에서는 Lighter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질 것입니다. AI, 음성 인터페이스 등 새로운 기술들이 더욱 자연스럽고 직관적인 사용자 경험을 가능하게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기술들을 활용해서 더욱 가벼운 제품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결국 뛰어난 제품은 사용자의 삶을 복잡하게 만드는 제품이 아니라, 더 간단하고 편리하게 만드는 제품이라고 생각합니다. "Better, Faster, Cheaper, and Lighter"라는 새로운 공식을 바탕으로, 진정으로 사용자 중심적인 제품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우리가 믿는 방향입니다.